발해 태자 대광현
발해가 멸망한 뒤, 발해의 태자 대광현은 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을 이끌고 고려에 귀부합니다. 왕건은 크게 기뻐하며 대광현에게 국성을 붙여 왕계라는 성명을 내려 종적에 편입하게 하고 원보의 관직을 수여한 뒤 배주를 다스리게 하였으며, 그 조상의 제사를 받들게 하고 또 그 요속에게도 관작을 주었으며, 군사에게도 전답과 주택을 주어 각각 안거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광현이 귀부한 시기가 책마다 다른데, 고려사에는 934년, 고려사 연표와 고려사절요는 발해 멸망 전인 925년, 동국통감에는 926년이라고 써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어떤 연유인지 937년이라고 써 있군요.

이렇게 귀부한 시기가 다르면 그 이유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925년이면 발해 내분 때문에 쫓겨 도망 온 것이고 926년이면 거란에게 멸망한 직후 망명한 것이고 934년(혹은 937년)이면 발해의 뒤를 이은 후발해가 열씨의 정안국에게 무너져서 망명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후자면 대광현은 대인선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구요(후발해 왕의 태자일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934년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당시 한반도는 후삼국의 대립기였습니다(937년 제외). 936년 왕건이 신검을 일리천 전투에서 이기기까지 후삼국은 고려와 후백제의 대립이었는데, 934년이면 왕건이 승기를 잡았을 때죠. 반면 925년이나 926년은 후보가 두명으로 압축되기는 했지만 아직 고려가 이길지 후백제가 이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이 때 발해의 태자가 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을 데리고 귀부했다면, 고구려의 계승국이라는 명분이 더욱 튼튼해지는 데다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병력이 늘어나는 겁니다. 당연히 엄청난 환대를 했겠죠. 발해 쪽에서 더 내려오면 내려올 수록 왕건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대광현은 발해의 태자인데, 내분으로 태자가 망명했다면 왕은 왜 자리에 멀쩡히 있을까요? 태자가 반란을 일으켰을까? 이런 이유로 대광현이 925년에 왔다고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태자가 내분으로 쫓겨날 상황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그것도 신하들과 백성을 거느리고. 만약 그렇다면 왕족일 망정 태자는 아니었다고 생각되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려 초기에는 고려는 거란을 매우 적대시합니다. 거란이 발해를 멸망시켰다지만,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려가 반거란 체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것보다는 발해 출신 공로자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거란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호족이 아니라서 자체적인 세력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왕건에게 무조건적이 충성심을 발휘할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왕건의 매우 중요한 힘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왕건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죠. 발해처럼 배신당할 수도 있었다는 공포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런데 대광현이 934년 경에 왔다면 그다지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왕건도 그다지 신뢰했다고 할 수도 없겠지요.

그런 이유로 저는 대광현이 926년, 발해 멸망 이후 고려에 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by 서군시언 | 2007/11/09 10:13 | 역사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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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11/09 10:23
역사조작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요. 왕족 지파 중 하나거나 혹은 아예 왕족도 아니었는데 자신의 신분을 부풀렸고, 고려 쪽에서는 이를 몰랐거나 혹 알았더라도 자신들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그대로 기록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고려 쪽에서 적극적으로 조작했을 수도 있는 거고.
Commented by 서군시언 at 2007/11/09 10:39
슈타인호프님/ 그럴 수도 있지요. 물론 거란의 개경 침략으로 자료가 소실된 탓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Commented by ????? at 2009/05/12 00:21
발해의 마즈막 태자라고 불리는, 대광현, 대정현 이 있습니다. 이중 대정현이 후발해를 세우고, 후발해는 처음엔 매우 강성하여 예전의 발해의 땅을 거의 되찾았을 정도죠. ( 철려 이북땅까지 되찾았으니 말이죠. ) 주변국 , 즉 왕야국과 정안국은 도시국가일 뿐입니다. 후발해가 이런 도시국가에게 무너질리는 없었으며, 왕야국, 정안국, 후발해는 서로 동맹관계였다고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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